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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고의 권력기관은 대통령과 청와대이다 - 김만흠(정76).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9.06.12

권력기관 개혁과 청와대

-최고의 권력기관은 대통령과 청와대이다-

  

권력기관 개혁, 문재인 정부가 내걸고 있는 핵심 개혁 과제이다. ‘이게 나라냐라는 탄핵 정국 구호를 걸고 집권한 정부의 나라다운 나라라는 응답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모든 국가기관이 다 권력기관이지만, 특히 사정(司正)권력을 행사하는 기관들을 지칭했다. 요즘도 거론되고 있듯이 국정원, 검찰, 경찰이 대표적인 권력기관으로 불린다. 여기에 국세청이 더해지기도 하고 간혹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곳을 포함하기도 한다. 사실은 최고의 권력기관은 대통령과 청와대이다. 국정농단과 탄핵정국도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권력 오남용에서 비롯된 것이었었다. 지난 2년의 결과, 오늘의 현주소와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집권 초 개혁은 이른바 적폐청산이었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의 제1호도 적폐청산이다. 적폐청산이 제도개혁을 포함하는 개념일 수도 있으나, 대체로 이전 정권시대의 비리, 범죄 행위자에 대한 인적 청산이었다. 전 정권의 대통령이 구속됐다. 전직 대법원장, 국정원장 등이 구속까지 되었으니 인적인 청산은 거의 혁명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구 정권 세력은 개혁을 위한 개선광정(改善匡正)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라고 항변했다

지난 5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했던 국가원로들은 적폐 수사보다는 통합과 제도개혁을 강조했다. 문대통령은 적폐 수사는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게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특별하게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답했다. 한마디로 적폐청산이 문재인 정부의 사정(司正)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KBS 기자와의 대담에서는 적폐수사 재판은 우리 정부가 시작한 게 아니라 앞에 정부에서 시작된 일이고 우리 정부가 기획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경우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탄핵 과정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비롯해 나머지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으로 수행된 것이니, 그렇게 합당한 말은 아니었다.

  

적폐청산의 지속 여부와는 별도로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권력기관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기능은 경찰청으로 이관키로 했다.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처럼 돼 왔던 검찰 개혁이 걸려 있는 법안들은 이번 국회 패스트트랙 파동의 한 축이었다. 청와대 조국 수석은 공수처법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촛불혁명에 참여했던 주권자 시민들의 요청이 법제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이 시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법안이 어떻게 조정될지, 최종 통과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라는 공수처를 두고도 한국당은 검찰의 정권종속을 해결하는 대안이 아니라 대통령의 하명 수사기관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당 의원 몇 명도 그런 입장에 동조했다. 경찰 역할의 비대화에 대한 해법으로 발표된 경찰 내의 국가수사본부 설치를 두고도 마찬가지 시각이 일부 존재한다. 역시 쟁점은 최고의 권력인 대통령 권력이 박근혜 시대와는 다른 형태로 개혁되고 있느냐이다.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제어할 수 없는 검찰 등 권력기관의 권력 오남용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위한 제도적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공수처 설치안 같은 것도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들 제도화의 성패도 역시 대통령 권력의 향배에 달려있다. 최고의 우선적이고 핵심적인 개혁과제는 역시 대통령 권력이다. 앞서 지적했다시피 촛불이 박근혜 대통령 권력의 오남용에 대한 탄핵이었다면, 촛불의 제1과제는 대통령 권력의 오남용 여지에 대한 개혁이었다.

   

대통령 권력과 청와대의 개혁은 역시 행태와 리더십의 개혁, 그리고 제도적인 개혁이다. 제도적인 개혁은 개헌을 동반하는 대통령제의 개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안을 내기도 했지만, 현행 대통령제는 유지하는 입장이었다. 대통령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쨌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달려있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과 청와대는 기존의 우려를 씼어줬을까?

   

문재인 정부 출범 초, 대통령과 비서진들이 하얀 와이셔츠 차림에 커피 들고 산책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취임 첫날 야당 대표를 방문하는 행보와 초기 몇몇 인사 방식도 색달라 보였다. 아쉽게도 얼마 못가 새로운 면모보다는 뭐가 다르냐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폐쇄적 인사를 비판하는 캠코더인사라는 말이 등장했다. 민주화 이후 민주화 과제로 늘 지적됐던 청와대 역할의 축소는 오히려 반대로 갔다. 각 부처는 보이지 않고 청와대정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박근혜정부의 문제로 지적했던 낙하산 인사는 그대로 재현됐다. 국민이나 언론과는 소통하지 않고, 국무회의와 비서관 회의에서 일방적 발언만 쏟아냈다고 비판받았던 게 불통의 박근혜였다. 문 정부에서도 점차 비슷해져 간다. 취임 2년의 유일한 언론 대담이었던 KBS기자와 대담은 오히려 기자에 대한 여당의 공격으로 무력화됐다. 그리고 며칠 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늘 그랬던 것처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치권을 성토했다.

  

촛불시민의 요구는 권력기관의 개혁, 맞다. 그 최고의 권력기관은 대통령과 청와대이다. 우리의 정치도 대통령 권력을 둘러싸고 일어난다. 역대 국회의장 거의 전부가 더 나은 한국정치를 위한 과제는 어떤 대통령이냐의 선택 못지않게 현행 대통령제의 개편이 더 근본적인 과제라고 역설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김만흠(정치76년 입학,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