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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국대담 - 바이든 동북아 외교정책.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1.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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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註)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 변화와 관련해 워싱턴 특파원 출신 중견 언론인들로부터 의견을 들어봤다. 박찬수(한겨레, 정치82)·강인선(조선, 외교84)·정하석(sbs, 정치85)·정효식(중앙, 정치91) 등 4인이 패널로 참여했고, 사회는 이강덕(kbs, 정치82)이 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정국 대담은 서면으로 진행됐다.

이강덕(이하 ‘사회’):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이제 4년 임기를시작했고, 한국의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한미 양국 간 외교안보 분야 정책 조율이 순탄치 않을것이라는 분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강인선: 한·미 외교안보 분야 정책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다.그렇지만 이는 시기나 시간의 문제라기보다는 트럼프 시대에 워낙 변칙적으로 운영됐던 미국 외교 전반을 정상적으로 돌려 놓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하석: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를 공언했고, 우리 정부는 2018년 싱가포르 합의가 바이든 대북정책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싱가포르 합의의 핵심은 선 비핵화, 후 보상이 아닌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 협상의 동시 진행이고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선 단계별 실천 협상이 현실적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대북 협상 전략을 채택하기 위해선 두 가지 장애가 제거돼야 한다. 먼저 부분적으로라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평가해야 하고, 바이든 부통령 시절 오바마 행정부가 채택했던 ‘전략적 인내’ 전략을 발전적으
로 극복해야 한다.

정효식: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포함한 한·미동맹 정책기조는 외교 수장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과 1월 7일 첫 통화에서 잘 드러났다. 제 특파원 경험으로 해석하자면, 국무부 대변인이 발표한 네 가지 내용의 핵심은 한·미동맹이 인도ㆍ태평양 지역 및 전 세계에서 미ㆍ중 전략적 경쟁으로 확장돼야 하며, 이를 위해 미ㆍ중 전략적 경쟁과 북한의 비핵화 압박을 위해 한ㆍ미ㆍ일 삼자협력의 복원을 요구한다는것이다. 또한 블링컨 국무장관이 2월 18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가진 외교장관 회담이 미ㆍ일ㆍ인도ㆍ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 외교장관 회담이었다. 두 사례에서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 우선순위가 분명히 드러난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폐지를 공약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나토’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던 쿼드를 계승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사회: 북핵 문제에 있어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행정부가 시도했던 톱다운 방식의 정상회담 등을 조기에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전략을 시도할 것으로 보는가.
혹은 어떤 전략을 시도해야 한다고 보는가.

박찬수: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때처럼 북핵 문제에서 손을놓고 방관하는 전략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기본적으로 동맹과의 협의 를 중시하고 있고, 대북 정책에서도 그럴 것이다. 오바마 때 방관 전략으로 갔던 이유 중 하나는, 당시 한국의 보수정권이 미국에 대북 협상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 대화를 선호하고 있기에, 이런 한국의 요구를 미국정부가 외면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올해 가시적인성과가 나오긴 어렵지만 최대한 빨리 북미 대화를 복원해야한다. 그렇게 해야 북한이 새로운 ICBM 실험 등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강인선: 바이든 외교안보팀들은 트럼프의 톱다운 방식에 비판적이었고, 실제로 비핵화에 진전이 없었다는 점을 잘 알고있다. 아마 이란 핵협상처럼 다자구도를 만들어 시간이 오래걸리더라도 조용히 협상하는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을까. 하지만 북한 변수가 있다. 김정은이 바이든에게 갑작스러운 제안을하거나 도발하면 미국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효식: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처럼 ‘즉흥적’이고 ‘쇼맨십’ 차원에서의 사진찍기용 정상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바이든 행정부에는 ‘선제타격론’과 ‘정권교체론’에는 반대하지만 비핵화와 비확산 원칙을 가진 원칙주의자가 많다. 이들은 실질적 진전이 없는 협상을 위한 협상에 관심이 없다. 특히 외교안보 투톱인 블링컨 국무장관이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바마 행정부때 북한이 2012년 윤일(2ㆍ29) 합의를 파기한 것을 지켜본 사람들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민주당 정권이 취했던 협상을통한 북핵 해결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앞서 밝힌 대로 우선은 한ㆍ미ㆍ일 동맹과 보조를 강화하고 협상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에 주력하면서 당분간 북한에 정상회담을 포함해 어떤유인책이나 선물을 주는 협상 제의보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먼저 촉구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회: 모두가 한반도 평화 유지와 공동번영을 원하고 통일을지향하지만 한반도의 현실은 핵무장과 제재라는 첨예한 대치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한 화해협력정책의 공과와 관련해 간략하게 평가한다면.

정하석: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운신 폭이 너무 좁았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 공동보조’를 강조하고, 북한도 이것저것 다 피해서 하는 남북 교류에 코웃음을 치는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북한 정권은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이벤트까지 연출했다. 남북 화해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가 견인될 수 있는 것인지, 한반도평화체제가 선행돼야 비로소 화해협력이 가능한 것인지 고민하게 만든 시기였다.

강인선: 북한과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하고 협력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북한 핵이란 안보위기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걸 국민과 북한에 확실하게 한 후 그다음을 추진해야 한다. 선의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건 이미 숱하게 반복학습했다.

사회: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에 완료하기를 희망했던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가 복잡해졌다.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정효식: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은 지난 2년간 중단됐다. 이것이 한미 전작권 전환 평가 지연 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전시작전권 전환에서는 한국군이 독자적 작전 능력,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한 북한군 격퇴 능력 등 필수 전력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 전작권 전환 시점은 한·미가 합의한 객관적 지표에 따른 평가 결과로 정해지겠지만 지난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우리 군의 대처나 탈북자 김포 배수로 재입북, DMZ철책 귀순 미탐지 사건 등 봤을 때 의구심이 들게 하는 일이 많았다는 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박찬수: 전작권 전환은 주권의 문제이므로 빨리 이뤄지는 게바람직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임기 내에 전시작전권 전환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차기 정부에서라도 이뤄질 수 있게준비는 착실히 하되, ‘현 정부 임기 내 완료’라는 시간표에 너무집착할 필요는 없다.

정하석: 전시작전권 전환을 처음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주한미군사령관을 지냈던 버웰 벨 전 사령관이 최근 인터뷰에서 “전작권 전환을 강행하면 한국은 북한에 복속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전시작전권 전환이 주한미군의 주둔과 전쟁발발 시 개입, 그리고 미국의 핵우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다. 버웰 벨은 주한미군사령관 재직 당시 전작권 전환에 찬성했던 인물이다. 전작권 전환이 주권의 영역임을 인정하면서도미국은 전작권을 흔쾌히 내줄 것 같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전작권 전환’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사회: 한·일 관계는 그동안 꼬일 만큼 꼬였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악화됐다. 반면에 미국 바이든 정부는 한·일관계 변화, 한·미·일 협력 강화 등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 것으로 보나.

정효식: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압박은 오바마 정부 때처럼 강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일 관계는 외교가 아닌 정치적·사법적 차원에서 위안부 합의 파기,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 결과 최근 서울중앙지법의 일본 정부 위안부 배상 판결로 출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꼬였다. 미국 민주당 정부가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한국을 도덕적으로 지지해왔지만 한일청구권협정과 다른 나라 정부를 재판 대상으로 삼지 않는 주권면제원칙과 같은 국제법에 위배되는 배상판결을 지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강인선: 한일 간 신뢰가 너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한쪽의결단이나 적극성으로 해결될 상황은 아니다. 미국은 일단 일본중심으로 아시아 구도를 짜고, 일본은 이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한국은 참여하면 좋고 아니어도 크게 문제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일 것이다.

정하석: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이면에는 오바마 행정부의 압박이 있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심판으로서의 개입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략상 동맹국 간 갈등 요소 제거가 관심이었다는 해석이 현실적이다. 바이든 행정부 또한 한·일관계를 중국 견제를 위한 동아시아 전략 속에서 하나의 변수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고, 한국과 일본 중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유감스럽게도 일본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외교가 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할 과제다.

사회: 미·중관계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대결적 요소가 두드러지는 등 경쟁국면이 계속되고, 이런 상황에서 한국 앞에는 힘든 선택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하석: 대중 강경 기조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인 우리에게는 곤란한 상황이다. 위기는 기회라며 절묘한 줄타기 전략을 주문하는 전문가들도 많지만 상대가 바보가 아니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장기적으로야 국력을 키우고 의존도를 다변화해야 하는 게 맞지만 당장은차라리 솔직함에 답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강인선: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어느 쪽으로부터도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략적 모호함 같은 표현을 써서 미중 모두에게 불신을 사기보다는 미·중 양국에 다 중요한 나라가 돼야 한다. 그런 논리와 입장을 찾아내는 스마트 외교를 해야 한다.


박찬민 기자 seoulchan7@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