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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21대 총선의 결과와 향후 정국 전망.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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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총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치학자나 평론가는 물론 정치권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원인 분석의 스펙트럼이 ‘유권자 구성의 근본적 변화’에서부터 ‘부정선거 의혹’까지 넓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총선 결과가 민심의 표현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으며 총선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분열과 갈등에 얽매인 우리 정치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3일, 박민 편집인(문화일보 편집국장.정치82) 사회로 김광덕 서울경제신문 논설실장(정치82), 손병권 중앙대학교 교수(외교82), 이보경 MBC 국장(외교82), 박원호 서울대학교 교수(정치89)가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민 편집인(이하 사회): 역대 선거를 돌이켜 보면 결과를 제대로 예측한 경우가 많지 않았다. 특히 지난 총선 결과는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원인을 둘러싸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광덕: 여당 압승과 야당 참패의 이유는 근본 요인과 촉매 요인, 부수적 근인의 세 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근본요인은 미래통합당의 이미지가 기득권을 대변하는 ‘밉상 야당’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사전투표제의 정착도 또 다른 근본요인으로 볼 수 있다. 촉매요인으로는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사회구성원들이 국가리더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국기(flag)결집효과’가 작용한 것이다. 나아가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명분으로 유권자들에게 현금을 뿌릴 수 있
게 된 점도 변수가 됐다. 야당 리더십의 부재라든가 공천파동, 막말파동 등은 부수적 근인으로 볼 수 있다.

사회: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 같은 경제정책이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등을 감안하면 국가 주요 정책의 전환기라고 볼 수 있고, 실제로 이런 흐름이 유권자의 구성 변화나 새로운 유권자연합이나 정치연합을 가져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손병권: 그러한 큰 변화의 기점이 되는 선거를 전기적 선거(critical election)라 하는데 이번 선거를 전기적 선거였다고 규정하기에는 당면한 이슈들의 영향이 너무 컸다고 본다. 일단 탄핵의 여파가 상당히 크다. 특히 미래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불쾌감을 불러일으켰고, 황교안 체제는 그러한 민심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다. 코로나의 영향도 컸다. 국민과 의료진의 활약이 외신에 보도되면서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확산됐다. 이러한 요인들이 작용했던 것이지 유권자의 정당 선호에 근본적인 재편이 있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전기적 선거로 볼 수 있으려면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돼야 하는데 아직 그런 징후를 발견할 수 없다.

사회: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공감이 여전히 높다. 장기화될지 모르지만 남북관계나 경제 분야의 정책에서 큰 전환이 있었던 것 아닌가.

박원호: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고 본다. 가장 큰 요소는 인구학적인 구조의 변화다. 소위 386세대가 이제 50-60대로 진입했는데, 이들은 아직 보수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대 남성 유권자 중에는 강력한 보수적 성향을 띠는 층이 있는 반면, 20대 여성 유권자들 중에는 그보다도 더 많은 수가 강력한 진보적 성향을 띠고 있으며 30대에선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하다. 두 번째 요인은 보수 야당에서 시장자유주의 보수 세력이 일정하게 이탈하였다는 점이다. 보수의 최고 전성기였던 2008년 대선 당시 보수정당은 국가주의적 보수층에 더해 국가의 시장규제나 조세징수에 있어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리버테리언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10년만에 무너져 내렸다. 2016년 선거를 기준으로 리버테리언의 상당수가 국민의당으로 이동한 것이 확인된다. 지금의 야당이 그들을 다시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선거의 기본적 구조가 달라졌다고 분석할 수 있다. 코로
나 정국에서 이들이 갈 곳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회: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의석수의 차이는 2배 가까이 되지만 양당 지역구 후보의 득표율차이는 8.4%에 불과하다. 이 결과를 근거로 여전히 보수층이 건재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이보경: ‘여당 압승, 야당 참패’라는 평가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집값 폭등 문제도 있었고, 조국사태에서 드러난 진보 진영의 집단이기주의 표출 등과 같이 여당에 불리한 요인들도 적지 않았다. 김 논설실장이나 손 교수가 언급한 여러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헌정사상 유례없는 압도적 의석 차가 나올 정도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여야 의석 차이 자체를 민심의 귀결로만 간주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선거 결과상 사전투표 득표율과 당일투표의 갭이라든지 몇몇 숫자가 상당히 이례적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

사회: 이번 총선 결과로 여대야소를 넘어 1.5당 체제가 형성되면서 거대 여당의 독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손병권: 협의를 통한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분 방식은 1988년 국회부터 국회법에 없어도 관습으로 지켜져 왔다. 현재 여당에서 의석수를 가지고 법대로 배분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그건 그
동안 축적되어 왔던 협치의 전통을 파괴하는 것이다. 단순히 수적으로 밀어붙일 게 아니라 화합을 해서 빠르게 나아가야 한다. 너무 여당 중심으로 가는 것은 협치의 정신에 어긋난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21대 국회를 개원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6명의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고 앞서 53년 만에 처음으로 해당 상임위에 야당 의원들을 강제 배분했다.)

박원호: 3당 합당 직후에도 지금과 같이 야당은 위축되고 거대 여당이 형성됐는데 당시에는 협치에 큰 문제가 없었다. 여당이 협치의 정신을 잘 살린다면 비슷한 규모의 여야 양당이 경쟁하는 것보다 오히려 협치가 잘 될 수도 있다. 다만 국회 내에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려면 여당에 충분한 재량권을 줘야 한다. 이전부터 당.정.청 협의가 청와대 주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청와대에서 여당에 재량권을 보장해주는 게 필요하다. 덧붙여 이번 총선에서 환경이나 여성 이
슈 등을 다루던 진보정당이 거의 괴멸한 만큼, 이들의 어젠다를 여당이 잘 담아 나가야 한다.

사회: 실제로 총선에서의 압승을 정부.여당 국정 운영 기조나 핵심 정책에 대한 지지로 해석해 외교.안보나 경제 정책 등 국정 운영 전반에서 독주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이보경: 외교 분야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날로 극심해져 가고 있다. 한국은 그간 한.미 동맹을 기축으로 삼아왔는데 이 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동북아 세력균형을 감안할 때 상당히 불안한 일이다. 그런데 현 정부의 외교 행보는 일관성이 없으면서 다소 무모하다. 한편으로는 시진핑 방한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 교체를 허용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양상이다. 아무튼 이번 총선 결과를 문재인 정부 외교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로 이해하고 이러한 행보를 이어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사회: 문재인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적폐청산, 과거사 재정립 작업을 더욱 강화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꾸려 한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김광덕: 총선 이후 여야의 행보와 과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답하려 한다. 과제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고, 둘째는 상식을 지키는 것, 마지막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여야는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우선 여당은 정치를 독주로 이끌고 있으며, 과거사와 현대사를 뒤집으려 한다. 이러한 뒤집기의 목적은 근본적으로 상대 세력의 도덕적 뿌리를 흔드는 것이다. 주류 세력의 교체를 완결해 이데올로기를 장악하고, 장기 집권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반대로 야당은 총선에서 서민과 중산층으로부터 심판을 당한 뒤에도 정신
을 못 차리고 재정 포퓰리즘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사회: 이번에 참패한 야권의 참패 가능성을 보수의 혁신과 연계해 이야기 해보자.

손병권: 김종인 비대위 내부에서 두 논의가 있다. 한쪽에서는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실질적 자유와 같은 다소 진보적인 어젠다를 가져오자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보수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두 방향성 사이를 조율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고 어느 쪽을 택하든 내부 반발이 심할 것이다. 정당의 보수적 정체성을 접어두고 재정을 투입해 정권을 잡는다고 한들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보수진영에 공백이 생겨 제3당이 출현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보경: 미래통합당 지지자들 중에는 보수적인 서민 지지층이 저변에 있다. 또 최근 20대 남성의 보수적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취업.결혼.출산.교육.저축 등에 있어서의 어려움으로 인한 것인데 그러한 문제가 덜했던 것이 오히려 전두환 정권 때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제5공화국 이래로 경제민주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추진해왔다. 보수가 이런 분야에 대한 확신과 비전을 보여준다면 혁신과 재기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사회: 총선 이후 여야가 당면한 과제는 뭔가.

손병권: 이번 총선은 코로나 사태와 그 과정에서 드러난 리더십에 따른 결과다. 즉 가장 필요한 건 코로나 위기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문대통령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업적을 위해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요새 과거사 재정리 등의 얘기가 나오는데, 국정운영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박원호: 야당은 현재 여당이 잘못하고 있는 것들을 지적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 국면으로 인해 국가주의적 어젠다가 매우 강조되고 있다. 재난 국면인 만큼 자연스러운 상황인건 맞지만 이를 지적할 주체가 아무도 없다는 건 문제다. 개인의 자유나 권리는 전통적인 보수의 어젠다에 해당된다. 야당이 이러한 견제 역할을 수행하며 놓친 지지층을 다시 끌어올 아이디어를 찾아 나가야 한다.

사회: 차기 대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김광덕: 여당이 현시점에서 유리한 건 사실이나 정권교체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큰 선거에서 한 정당이 이기면 유권자의 견제 심리가 작동해 다음 선거에선 다른 정당이 이기는 것은 ‘시계추 현상’, 반대로 두 선거에서 한 정당이 연속적으로 승리하는 것을 ‘패키지 현상’이라고 한다. 두 현상 중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가 관건이다. 현 정권의 임기 말 실책 여부나 각 당 후보의 역량
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이미소 기자 althgmlrnr@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