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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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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격화되는 한,일 갈등 해법을 찾는다 -최상용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9.09.09
          

타협을 통한 공동행동만이 유일한 해결책

-2019년 한일(韓日)관계를 논하다-

 

위안부 합의 및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된 한일 간 과거사 분쟁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와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로 인해 경제·안보 갈등으로 변모하고 있다. 갈등 양상이 점점 격화되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 시절 주일대사를 지낸 최상용(외교 60)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와 박철희(정치 82)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모여 이강덕(정치 82) 편집인의 사회 아래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강덕 편집인(이하 사회’) : 한일 관계가 심각한 갈등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갈등에서 한쪽이 굴복하는 제로섬 게임이 가능할까?

 

박철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이하 ’) : 지금 한일 관계는 양국이 자존심을 세워가며 강대강(强對强) 대결을 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비대칭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지만 한국 역시 예전과 같은 약소국은 아니다. 일본도 장기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복합적 전환기에는 한일이 우호국으로 지내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은 양측에게 전략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lose-lose 게임을 하는 것이다.


 

최상용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하 ’) : 한일 간에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갈등과 대립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외교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설령 제로섬적 위기상황이 닥쳐도 외교의 문은 열어놓아야 한다.

 

 사회: 대결국면이 계속되면 한국은 어떤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가장 바람직한 한일 관계는 상호인정을 통한 화해협력관계이다. 그것이 무너지면 경제·안보·문화 모든 영역에서 상호 손실이 발생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국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반도체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한일 관계의 최대 쟁점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일 과거사 문제가 외교적 쟁점 사안으로 부각될 때에도 경제교류에는 장애가 없었지만,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는 이와 같은 지속적인 경제교류 흐름에 제동을 가한 것이다. 무역과 통상이 증대되고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지속되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경제평화론에 따르면, 이번 일본의 조치는 통상평화론(trade-peace)을 거부한 것이다. 또한, 일본의 새로운 출발인 레이와(令和)의 아름다운 정신에도 반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 앞서 언급하신 것처럼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이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특히 일본이 핵심적인 기술을 갖고 있어 70~90%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부품은 급격히 바꾸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기업에서 직접 해결책을 모색하고 정부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규제완화, 법률개정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지금 정부의 대책은 전시행정(展示行政) 측면이 있다.

 

사회: 지소미아 파기로 인해 한미일 3국 모두 안보 측면에서 우려가 더해지게 됐는데 가장 우려되는 사항은 무엇인가?

: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소미아 종료결정은 사려 깊은 판단이 아니다. 8·15를 전후한 정부의 대화 노력에 대한 일본의 외교적 결례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이 지소미아 종결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미 간의 견고한 신뢰관계는 한일 간의 쟁점을 해결하는 데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에도 필수적이다.

 

: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가 일본에 대해서 타격을 주는 외교적 카드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이는데, 자해행위라고 본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외교적 카드가 아니다. 일본이 외교적 분쟁을 경제 분쟁으로 끌고 간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그렇지만 경제적 분쟁을 안보적 분쟁으로 끌고 간 것은 우리가 잘못한 것이다. 분쟁을 확산시켜 문제를 키웠는데, 그것이 국익에 유리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반발한 것에 가깝다. 가장 큰 문제는 한미관계를 흔들 수 있는 요소를 만든 것이다. 지소미아는 한국과 주한미군에 대한 보호수단이다. 그래서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우리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주는 미국의 도움 없이도 북한을 다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인데, 한국이 그 정도의 자주적 정보 방위능력을 지닌다고 보기는 힘들다. 미국에 대한 전략적 배신행위이기도 하고 말이다. 결국 해당 결정은 전략적 판단이라기보다는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실제 종료기한이 아직 두 달 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지소미아 복구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사회: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북한이나 중국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미국 정부는 분노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앞으로 어떤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까?

: 한국은 지소미아를 연장하고, 일본은 우리를 비우호국 취급하는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철회하는 조치를 통해서 한걸음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두 가지 모두 두 나라가 서로를 비우호국 취급을 하는 것인데, 그것은 제3국에게만 이익을 주지 자국에는 이익이 없는 조치다. 한일이 안보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줌으로써 전략적 경쟁파트너에게 굉장히 이득을 많이 주고, 정작 당사국인 한미일은 정보교환의 통로를 차단하는 불균형적 자기 침해행위인 셈이다.

 

: 다행히도 정부(이낙연 총리)가 의미 있는 제안을 내놓았다.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취소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의 주장에 대해서 국제사회나 일본 안에서도 호응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원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한 주장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본이 우리의 제안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문제를 풀어보려는 우리 정부의 진정성은 전달되었을 것이다.

 

 사회: 한일양국의 전반적인 갈등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현재 감정적인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 서로 물러나야 한다. 현재 갈등의 근원은 강제징용 판결 이후 양국정부의 조치로 인해서 생긴 것이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를 어떻게 외교적으로 타결할 수 있을 지 진지하게 협상을 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해서 적어도 물질적인 보상 이전에 그 사람들의 고충과 피해에 대해서 겸허하게 공감하고 사과하는 자세를 요구해야 한다. 한국은 그러할 도덕적 당위성을 갖고 있다. 김영삼 정권 때에 일본에게 보상은 우리가 하겠으니 사과와 반성을 제대로 하라했던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돈이면 다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가 뒤틀릴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물리적, 정신적 피해에 공감을 갖고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반성하라는 메시지가 본질이 되어야 한다.

 

: 진정성 있는 타협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타협은 정치와 외교의 건설적인 행위이다. 국내정치에서의 타협은 통합의 기술(art to integration)이고, 국제정치에서의 타협은 평화의 기술(art to peace)이다. 이때의 아트(art)는 기술인 동시에 예술이다. 통합이나 평화로의 그 과정은 기술로 그 결과는 예술로 표현되고 있다.

 

사회: 끝으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사항이나 해서는 안 될 사항 중심으로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에 대한 조언을 말씀해달라.

: 한일간의 평화로운 관계는 앞서 언급했던 일본의 새로운 출발인 레이와의 정신에도 부합하고, 북한 비핵화와 함께 전개될 일북 국교는 한반도 평화의 환경조성에 기여할 것이다.

 

: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한다. 적하고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 자세이다. 서로 신뢰가 부족하다고 해서 감정적인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구전략을 생각하면서 행동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입구만 있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한일 간 서로 속을 터놓고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 일본이 비우호국이나 적대국이 아니라는 생각도 가져야 한다. 특히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은 적대국이 아니고 적대국이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