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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강연자료.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1.11.19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송강포럼. 2021. 11. 17. 30)

 

1. 들어가는 말

 

존경하는 구범모 교수님, 심윤조 동창회장님, 그리고 동문 여러분. 반갑습니다. 송강포럼 행사에 저를 초청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는 대한민국의 각계 각층에서 훌륭한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많이 배출하였습니다. 저도 동문으로서 이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마음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10년 동안 유엔사무총장 재임을 마치고 귀국한지 벌써 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한국사회가 많이 발전하였다고 느꼈지만 또한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그리고 문화 예술과 스포츠 방면에서 세계적인 강국이 되었습니다. 1인당 GDP가 이탈리아를 능가하였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참으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실망스러운 분야도 많습니다. 정치는 조금 더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보다 국제적인 안목과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발전한 것은 우리 혼자의 힘으로 된 것은 아닙니다. 세계와 함께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관한 주제는 바로 우리 정치지도자들의 국제적인 안목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잘 아시겠지만, 기후변화 위기는 전 지구적 차원의 위기이며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하며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더 큰 역할과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역할을 할 정도의 위치가 되었고,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그러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7년 유엔 사무총장 퇴임 후 제가 재임 중에 합의에 도달한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이행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하여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저는 인류에게는 지구 이외에 다른 Planet B가 없기 때문에 Plan B가 있을 수 없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였습니다.

 

제가 2019년부터 금년 4월까지 2년간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하여 우리가 보다 과감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저의 목소리에 대하여 관련 정부 부처나 산업계 인사들의 저항이 상당하였습니다.

 

그런데 기후위기의 한 징후라 할 수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이 2020년초부터 시작되고 우리 정부가 작년 10월에 탄소중립 2050을 선언하면서 지금은 누구나 어디서나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심각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은 향후 수십 년간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의 하나가 될 예정입니다.

 

탄소중립은 문명의 대전환을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정의 모든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동문들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 주시고 각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기후위기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은 화석연료의 과도하고 무분별한 남용에 있습니다. 석탄과 석유의 사용으로 배출되는 탄소는 대기중에 200년 정도 체류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산업화 이래 인류는 눈부신 경제성장과 기술 진보를 이루어 왔지만, 결국 이 과정에서 삶의 터전인 환경이 파괴되고, 무분별한 탄소배출로 인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초래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현상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는 코로나 19입니다. 이는 환경 파괴의 결과입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많아지고 결국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창궐하게 되었습니다.

 

2003년 사스에서 코로나19까지 21세기에 발생한 바이러스는 거의 모두 인간과 동물의 공통감염병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제 2의 코로나, 3의 코로나가 계속 나오게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는 또한 수많은 기상 이변을 낳고 있습니다. 올해 독일과 벨기에를 강타한 폭우와 홍수, 호주와 미국의 대산불은 전례가 드문 규모였습니다.

 

앞으로 기후이변이 더욱 빈번해 지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도서국가들, 그리고 연안에 위치한 도시들이 물에 잠기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파국 시점에 급속히 가까워지며 인류의 생존을 근원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엔사무총장 10년 재임기간 중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201512월에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협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이 협약에서 인류는 산업화 시대 이후 기온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낮추되 가능한 한 1.5도 이하로 낮출 것을 권했습니다. 1.5도에 도달하는 데는 불과 0.4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게 됩니다. 그 행동의 핵심은 탄소배출을 급격하게 감축하는 것입니다. 그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3. 탄소중립과 정부의 역할

 

미국, EU, 일본을 포함해 많은 나라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고, 중국도 2060년 달성을 약속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탄소중립 2050을 선포했고, 올해 529일에는 탄소중립위가 출범했습니다. 제가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직을 맡을 때 계속 주장하던 것이어서 보람을 크게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쉽지않습니다.

 

지난 1112일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종료된 COP 26 정상회의 결과를 보면 국제사회의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회의에 참석치 않았으며 탄소중립을 2050년까지 달성하자는 목표도 구체화되지 못하고 금세기 중반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합의를 하였습니다. 인도는 2070년까지 탄소중립하겠다고 하여 실망시켰습니다.

 

그리고 석탄사용을 퇴출(phase out)하는 것이 아니고 감축(phase down)하는 것으로 합의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국가가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할 탄소량에 대한 목표를 금년 말까지가 아니라 내년까지 제시하도록 1년을 더 연장하여 주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성과라고 한다면 개도국 적응(adaptation)을 위하여 선진국들이 재정지원을 2배 이상 증액(2025년까지 2019년 수준의 2 배 이상)하기로 합의한 것과 파리협정 17개 이행규칙(Paris Rulebook)이 완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2025년까지 연간 1천억불 장기 재원 조성 노력을 지속하고 2025년 이후 신규재원 목표 확정을 위해 노력키로 한 것입니다.

 

또한 비록 일부 국가들의 사이드 이벤트지만 2030년까지 메탄가스 30% 감축을 합의한 것과 산림보존 협약을 채택한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국제적인 기후감시 기구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에 의하면 이 상태로 간다면 지구 기온은 섭씨 1.5도 상승으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섭씨 2.4도 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어제 제가 속해 있는 The Elders에서 성명을 발표하여 실망감을 표했습니다. 이번 COP 26에서 세계 정치지도자들이 historically shameful dereliction of duty를 보여주었다고 하였습니다.

 

스웨덴의 기후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각 국의 정상들에 대하여 말만 브라 브라 브라한다고 비판하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의 의지가 어찌 되었든 우리는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 해야 합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 배출을 40% 감축할 것을 약속하였으며 2050년 까지 탄소배출 net zero를 약속하였습니다. 이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 산업 전체가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탄소중립 2050을 이루기 위해서 세계는 향후 30년 동안 매년 7%씩 탄소배출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작년에 마침 세계 배출량이 7% 줄었는데, 그것은 코로나19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산업의 위축을 생각해 보면, 2050 탄소중립을 위해 향후 30년 동안 우리가 어떤 변화와 고통을 수반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증유의 대전환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방식으로 나가고자 하는 기업인들의 자각과 일반 국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 지도자들의 결연한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부터 2050년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7명의 대통령이 책임을 맡게 됩니다. 설령 처음부터 강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해도 앞으로 30년 동안 6명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완전 탄소중립에서 후퇴하는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탄소중립위가 지난 10월에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실천 계획 중에서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원전을 사실상 배제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현실로 볼 때 매우 비 현실적인 계획입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70.8%로 높여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계획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지형적 조건과 기후환경을 감안할 때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전문가들도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빌 게이츠는 원자력의 기술을 향상시켜서 안전한 원자력으로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면 2050 탄소중립은 어렵다면서, 원자력 발전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역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최근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1012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원전에 10억 유로(138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탄소중립 2050의 핵심 대책으로 원전을 늘리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원전을 축소하려던 나라들이 원전을 다시 확대하고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원전 없이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의 한수원과 한국전력은 이러한 점에 대하여 인식하고 탈원전에 대하여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현명한 에너지계획만이 현실성 있고 고통이 적은 탄소중립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4. 기업의 역할

 

탄소중립은 일차적으로 에너지와 산업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족하지 않고 제조업 중심인 우리나라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우리 기업계가 탄소중립에 대해 우려가 아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엔 기후총회에서 우리나라가 2030년 감축목표를 40%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저는 우리 기업들의 이러한 우려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도 이제 탄소중립 외에 인류에게 우회로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탄소중립의 실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달리 길이 없습니다.

 

 

탄소중립 친화적인 기업 활동은 비단 인류의 생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 자체의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미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점점 강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럽연합은 지난 8, 시멘트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와 같이 탄소집약도가 높은 산업을 대상으로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기로 했고,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도 금지할 예정입니다. 미국도 탄소국경조정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일부 대기업들이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SK 그룹, LG, 한화 등은 제품 생산에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겠다는 RE100에 참여하고 있고, 한국전력은 녹색프리미엄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철강사인 포스코도 과감하게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수소환원제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98일에는 현대자동차·SK·포스코·롯데 등 12개 주요 그룹과 삼성물산 등 3개 기업이 한국판 수소 동맹인 Korea HBusiness Summit를 공식적으로 출범시켰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경영 흐름은 최근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ESG 경영의 일부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서도 올해 최대 화두는 단연 ESG 경영이었습니다.

 

ESG 경영을 한 마디로 하면, 기업이 영업이익률이나 매출액과 같은 재무적 요인과 함께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와 같은 비재무적 요인을 중시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영전략입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ESG 경영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인류와 기업의 미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SG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기업과 사회의 가치 공유’(CSV)처럼 일시적 유행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저는 ESG 경영이 장기적으로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이 피할 수 없는 길이기 때문이고, 또한 유엔 투자책임원칙에 기초한 ESG 투자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30년이 되면 글로벌 금융기관의 ESG 운용자산 규모는 전체 운용자산 1405천억 달러의 9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결국 투자금액의 거의 전부가 ESG투자로 집중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당장 내년부터 운용자산의 50% 이상을 ESG 경영을 잘 하는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반대로 ESG 경영에 역행하는 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계 3대 연기금의 하나인 네덜란드 연기금은 한국전력공사의 석탄발전소 투자에 반대하면서 올 1월에 투자금 전부를 회수한 바 있습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따라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탄소중립에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이러한 탄소중립 노력과 ESG 경영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비용의 급속한 상승을 초래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의 이러한 노력을 적절히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며, 특히 다양한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도록 체계적인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5. 맺음말

 

탄소중립 2050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거대한 역사적 도전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아주 험난한 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임을 다시 강조하고자 합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 우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동문들은 우리 사회의 여론 주도층에 속해 있습니다. 탄소중립 2050의 실현에 앞장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